| |
|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논란 |
|
 |
차용철 |
 |
2001-10-05 05:12:01 |
 |
575 |
|
| |
|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논란
최근 「주 5일 근무제」를 놓고 그것이 성경적인가? 아니면 비성경적인가? 기독교 내의 찬반 논쟁이 팽팽하다. 9월 10일 여전도회 회관 루시아기념관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와 복음주의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주 5일 근무제-그 문제점과 대책」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이 이를 증명해 준다. 당시 주제 발표자들은 주 6일 근무제가 하나님의 뜻이며 주 5일 근무제는 인간 위주의 발상이다 주 5일 근무제는 십계명에 위반된다 주5일 근무제는 국가와 교회를 위태롭게 하는 제도이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저지하는 것은 영적 전쟁이다 는 등 극단적으로 반대하는 이들도 있었고, 십계명을 그렇게 문자 그대로 지키자는 일부 해석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비현실적이다 는 사람도 있었다.
우선 「주 5일근무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성경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안식일 계명을 주실 때, 엿새 동안은 힘써 일할 것이나 일곱째 날에는 안식하라 고 했다는 것이다. 곧 성경은 일주일중 하루를 쉬도록 했고 6일동안은 일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 명령은 영원히 지켜야할 하나님의 약속된 계명이므로 국가와 교회가 「주 6일 근무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5일 근무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성경의 계명과 관계없다는 견해이다. 십계명중 제 4계명은 한 날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계명이지 6일 동안 일하라는 계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상의 문제가 없으므로 현실적인 가치,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주 5일 근무제」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대다수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면 교회가 나서서 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견해이다.
나는 보수적인 목사중 한사람으로서 심리적으로 「주 5일 근무제」왠지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어렸을 때부터 안식일 계명을 배우면서 7일째되는 날에는 안식하되 6일 동안은 열심히 일하라고 배워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성도들에게 주일 지키는 신앙이 흐려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목회자에게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판단이 아닌 냉철한 판단을 하는 것이 더 옳은 것 같다. 이를 두고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주 5일 근무제」를 비성경적이라 하여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
우선 십계명 해석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문자적 해석에만 얽매여 주 5일 근무제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결론인 것 같다. 왜냐하면 십계명중 4계명은 일주일중 하루를 안식하게 하기 위해 주신 계명이지 6일 동안 일하라는 계명으로 주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물론 일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뜻이 아님). 성경에서 6일 동안은 일하되 라는 문구는 일반적인 전제를 말하는 것이고 뒤에 나오는 7째 되는 날에는 안식할 것이니라 는 말씀을 더 강하게 뒷받쳐 주는 문구이다. 우리가 그 계명을 문자 그대로만 지켜야 한다면(문자 그대로 믿으려는 신앙을 반대하는 것이 아님)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쉬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6일 동안은 일하되 라는 문구를 문자적으로만 생각한다면, 명절이나 공휴일이나 휴가 등도 비성경적이라 해야 되고 토요일에 오전만 일하는 것도 비성경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회사에서 5일 동안만 일한다고 해서 왜 5일만 일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머지 1일은 가정에서 일할 수도 있고 사회의 클럽들에서 봉사할 수도 있고 교회에서 봉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런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때 「주 5일 근무제」를 비성경적이라 결론 내리고 정부를 상대로 교회가 반대 운동을 벌이고 영적 전쟁으로까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생각인듯 싶다.
「주 5일 근무제」는 성경적인 차원이 아니라 보편적 사회의 정의와 복지와 생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대로 여가선용과 생산력 증대 등의 차원에서 대다수의 국민이 원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삼성경제연구소가 소득과 여가에 대한 인식 조사 를 한 결과대로 우리 국민 정서는 대부분 「주 5일 근무제」를 당장보다는 1-2년 후에 실시하자고 하는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54.1%) 실시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원하고 있다(80%). 결국 「주 5일 근무제」는 시기 차이는 있을지라도 실시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막기 힘든 문제이다.
「주 5일 근무제」가 반드시 신앙에 손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성도들의 신앙이 부패될까 염려하고 있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매주 이틀을 쉴 경우에 드라이브나 등산이나 여행을 가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얼마 안된다(22.2%). 오히려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응답자가 훨씬 많다(47.4%). 그 결과대로 된다면 가정이 더 건강해 질 것이고 교회도 가족단위로 출석할 수 있는 여건과 프로그램만 제공한다면 더 활기차질 것이다. 나는 개척교회 목사로서 이른바 신앙이 있다고 하는 교인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들은 6일 동안 일에 지쳐 있다가 교회에 와서 하루 종일 봉사한다. 가르치는 직분을 가지고 있는 자는 토요일 밤까지 준비에 매달여야 한다. 육체적 피곤이나 정신적 피로를 풀 겨를이 없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없다. 더욱이 보수적인 교회이다보니 주일에 야외예배나 체육대회 한번 없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틀을 쉴 경우 그런 문제들이 많이 해소될 것 같다. 신앙의 정체성이 있느냐가 전제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가 「주 5일 근무제」에 대해 반대만 하고 있다가 사회로부터 보편적 가치와 현실적 가치에 의해 외면당하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신앙의 정체성을 확립시키는데 주력해야 하고, 이틀을 쉬는데 대한 적당한 프로그램을 많이 계발하여 신앙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휴일이 늘어나므로 주일성수를 게을리 할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주일을 더 잘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하며 새로운 교회문화 창출을 통해 휴일을 건전하게 보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제는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찬반 논쟁을 하기 보다는 토요 휴무를 교회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다.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