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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A 항의와 전교조의 선택
차용철 2002-12-03 04:27:01 369

지난 6월에 주한미군 장갑차가 작전 도중 여중생 2명(신효순, 심미선)을 압사시킨 일이 있었다. 얼마 전 그에 대한 재판이 있었는데 관제병(페르난도 니노)과 운전병(마크 워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두 미군 병사들에 대한 분노라기 보다는 무죄를 선고한 미군법정에 대한 분노이고 그런 재판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불평등하게 협정된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대한 분노이다. 사태는 주한미군 주둔의 당위성까지 의심케 하고 있는 듯 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는 단체들에서는 종교단체, 시민단체, 인권단체 할 것 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항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범국민대책위원회 는 미군 기지 앞과 서울 종로 2가에서 항의 집회를 가졌다. 앞으로도 광화문과 시청 등에서 계속 집회를 가질 것 같다. 학생들은 미군 기지 내로 진입하여 항의 데모를 하기도 했다. 방미투쟁단 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부시 대통령과 국방장관과 유엔 사무총장에게 항의하고 공개사과와 SOFA개정을 요구하기 위해 출국했다. 네티즌들은 백악관으로 일시에 폭탄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은 단식기도를 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 와 한국기독교 총연합회 는 문서를 통해 개정을 촉구했다. 전교조 (전국교원노조)는 학생들에게 훈화 수업을 하기로 했다.

한국민은 누구나 미군법정의 평결이 잘못 되었다고 보고 있다. 또한 SOFA가 불공정하게 체결되었다고 생각하고 SOFA의 전면적인 개정 없이는 이와 같은 일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에 대한 항의와 개정요구는 다양하다. 그 모든 방법들이 폭력(더 큰 폭력을 규탄하기 위한 폭력이라 해도)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전교조의 훈화 수업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교조의 훈화 수업에 대해서는 권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전교조에서 훈화 수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SOFA의 불평등성과 미군장갑차 여중생 치사 사건의 경과를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한 수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전교조의 기본 취지는 학생들에게 바른 국가관과 역사관을 가르쳐 주기 위한 의도일 것이다. 그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걱정되는 것이 있다. 현 사건과 사태를 기초 교육 현장에서 다루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객관적 사고에 익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현재적 상황을 교육받을 때 지나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초.중.고등학교의 교육 방법은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토론 방식이 아니라 획일적인 주입식 방법이다. 그런 상태에서 교사들이 현재 분노한 심정으로 그 사건을 다룬다면 지난번에 있었던 의식화 교육처럼 될 가능성이 많다. 사건의 배경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선입견이 배제되지 않은 관점에서 다루어질 가능성이 많다. 학생들이 그 상황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받아 들일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나는 우리의 아이들이 이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민족주의가 되기를 바라지만 모든 역사를 우리 민족 중심에서만 보는 왜곡된 역사관을 갖는 것은 원치 않는다. 역사를 사실대로 알기를 바라지만 그 사실들을 아는 과정들 속에서 인성이 일방적인 성향으로 굳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제 이데올리기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화합과 공존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인성이 굳어지는 청소년기에 현 사회적 이슈들을 이데올리기 세대의 관점에서 다루어 주게 되면 자칫 미움과 증오와 분노의 인성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그것은 오히려 다음 세대로 하여금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될 수 밖에 없게 하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것은 미래 지향적으로 볼 때, 역사의 한 부분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 보다 더 큰 죄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선을 대하는 자세 차용철 2002.12.12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분노 차용철 200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