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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위를 좋아하는 한국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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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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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8 01:5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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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를 좋아하는 한국교회>
얼마 전 이종범 교수가 쓴 「이런 목회자를 만나고 싶다」(기독신문사)라는 책을 읽었다. 평신도 입장에서 성도가 목회자에게 바라는 43가지를 적은 책이다. 지성인답게 현대 목회자에 대한 바램을 인격적인 표현으로 지적했지만 내용의 깊이는 예리했다. 목회자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공감이 가는 부분은 목회자의 권위 문제였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위의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 목회자들은 유난히 외부적인 권위를 좋아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목회자가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런 것 같다. 그런 예는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계 신문 광고란에 자주 나오는 부흥사 단체들의 직책이 대표적이다. 고문, 공동회장 등 불필요한 직책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여러 곳에서 목회자들이 목사라는 직함을 사용하기 보다는 학장, 교수, 박사, 총회장, 노회장, 당회장 등의 직함을 더 권위있게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본다. 심지어 이미 지난 직함에도 직전, 증경 등의 용어를 넣어 직함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떤 분들은 박사학위 취득했다고 신문광고도 내고 프랭카드도 달고 감사예배도 드리는 것을 보았다. 개 교회 예배시간에도 박사 까운과 후드를 하는 분들을 보았다. 주보에 박사학위를 기록하고, 당회장이나 담임목사 이름을 부교역자나 기타 사역자들보다 앞에 기록하고, 활자체나 활자크기까지 다른 사역자와 차별화 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담임 목사는 윗 강대상에서 설교를 하고 전도사는 아랫 강대상에서 설교를 하게 하는 경우도 일반적이다.
물론 하나님이 세우신 질서를 무시하자는 말은 아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직분의 권위는 그런 데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구교 계열에서 그런다면 이해할만 하지만 스스로 개혁주의라고 주장하는 교단과 교회의 목회자가 그런 모습을 고집하는 것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다. 개혁주의는 성경적으로 옳지 못한 것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개혁해 가는 것이다. 꼭 성경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이지 못한 것들은 바꾸어 가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평신도들 가운데서도 그런 노력을 촉구하는 자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평신들도 아직은 외부적 권위와 전통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자신의 프라이드 의식 때문에 큰 교회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큰 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개척교회 목사를 무시하고 우쭐대는 경향이 있다. 조금 다른 각도이긴 하지만 스스로 목사가 외부적 권위를 드러내는 것을 경건하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들은 얘기지만 어떤 교인들은 목회자가 양복 겉옷을 입지 않고 광고 한다고 시험들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축도를 젊은 목사가 한다고 못마땅해 하는 교인들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내가 목회하는 지역에서는 목사 까운을 입지 않고 주보에 목사 이름을 넣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한 교회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보았다. 또 내가 평상복을 입고 심방을 가고 운동복을 입고 다녔다고 목사가 그렇게 다닐 수 있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많이 있었다. 물론 우리 교회가 개척교회 수준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일 큰 교회에서 그렇게 한다면 평가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큰 교회에서 시도하는 것은 위대해 보이고 작은 교회에서 시도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이는 시각이야말로 권위주의적 의식이라 생각한다.
나는 목회자이든 평신도이든 외부적 권위를 벗어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두려운 것이 있다. 나는 외부적 권위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스스로 외부적 권위를 버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내적 권위가 없다면 오히려 외부적 권위와 전통을 유지하는 것보다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이다. 권위와 전통을 개혁하려는 만큼 영성이 새로워지고 인격이 만들어져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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