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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고 싶지 않다
차용철 2004-06-29 05:46:19 589
Please, I don t want to die. (제발 나는 죽고 싶지 않다.) I want to live. (나는 살고 싶다.) Your life is important, my life is also important. (당신들의 목숨이 중요하다면 나의 목숨도 중요하다). 김선일 씨가 참수당하기 전에 부르짖은 말 가운데 일부이다. 김선일 씨가 죽은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귓가에 쟁쟁거린다.

김선일 씨는 영어와 아랍어를 배우는 동시에 돈도 벌 생각으로 가나무역 직원으로 입사하여 이라크에서 미군부대에 물품을 납품하는 일을 6개월 정도 해 왔다. 그가 가나 무역에 입사하여 이라크로 간 것은 자신이 장래에 하고 싶었던 선교 사역을 준비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어찌 되었든 한달 후면 돌아올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미군부대에 납품하러 가다가 팔루자 부근에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 알-자르카위가 결성한 알-타우히드와 지하드 조직원들에게 피랍되었다. 그래서 한국군 철수와 한국군 추가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인질로 억류되어 있다가 마침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온 국민이 충격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온 국민이 분노하여 파병 반대 운동을 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더욱 파병을 해야 한다고 소리 지르고 있기도 하다. 민주노총에서는 파병 철회 요구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청문회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과 그로 인해 비통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하다.

지금 온 나라가 분노와 상실감의 교차를 경험하면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격론하고 있다. 감사원에서는 이미 외교부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국회에서는 특검을 실시할 분위기다. 대통령은 결과에 따라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선일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 따지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준비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온 국민이 감정적으로 책임 공방을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위험한 이라크로 간 김선일 씨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를 죽인 당사자들이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고, 피랍된지 20여일이나 지나도록 정부에 알리지 않은 가나 무역 사장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위기 상황 대처 능력 특히 협상 능력이 부족한 외교통상부와 정부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고, 알-자지라 방송 이후에도 파병 의지를 지나치게 강경하게 드러낸 노 대통령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고, 근본적으로 명분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침공을 강행하고 한국에 파병을 요청한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다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전시 상황이 만들어 낸 비극이라는 것이다. 미군이든 이라크 저항 단체이든 전쟁터에서 이성있는 행동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 아니겠는가. 어떤 이유에서든 전쟁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테러자에 대한 단죄를 목적으로 한다 할지라도 전쟁은 더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기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은 책임 소재를 두고 싸우는 일에 가담할 것이 아니라, 전쟁 상황이 빨리 마무리 지어지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도를 통해 충격과 분노와 박탈감과 모욕감에서 빨리 벗어나 일상생활에 충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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